한때 나의 꿈이었던 아키바, 지금은 전차로 20분, 언제든지 조우 할 수 있는 너무도 가까운 곳이 되어버렸다.


대중화된 은어 ‘아키바’ 그들만의 언어에서 대중적인 언어로…
작년 ‘삼순이’열풍이 있었을 때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덴샤오또코(電車男)’ 열풍이 있었다.
30% 가까운 시청률의(일본에서는 이정도 드라마 시청률은 ‘대박’이라고 함.)
이 드라마 8회에서 에르메스(여자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전 오타쿠입니다. 싫어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오타쿠의 메카 ‘아키바’이다.


도쿄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프라모델 라디콘쇼 :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키바에서 노는(?) 사람들이다


내가 ‘아키하바라’를 보는 미묘한 시각
지금 내가 아키하바라(이하 아키바)를 바라보는 입장은 애매하다.
현지 일본인도 아니고, 잠깐 들려보는 관광객도 아니고, 그렇다고 깊이 있게 일본을 연구하는 입장은
더욱 아니면서도, 취미가 맞는 다는 이유로, 쉴새 없이 아키바의 구석구석을 방황(?)하는 초-단순 아키바짱 중의 한사람...
이렇게 애매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키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과거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전자부품 상점들. 저런 부품을 사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허름한 청계천을 연상시키는 뒷골목 매잘의 모습...아키마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흔적들…
이곳은 전후 암시장이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인근 대학생들에게 전자제품을 팔던 곳으로 시작,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지역으로 급성장했다.
1980년대 후반 컴퓨터 관련 매장들이 속속 들어섰고, 이후 현재는 아니메(애니메이션), Hobby(프라모델, 피규어),
비디오(콘솔)게임 중심의 문화 흐름을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PS3 시연 대, 나도 수많은 갤러리(관람객)의 “쓰고이”라는 찬사와 함께 데메크4(트라이얼 버젼임. 보스전 직전에 끝남-.-)를 멋지게 플레이 해주었다.

거대 마이너 시장의 중심 1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전파사 규모의 매장에서부터 일본에서 양산되는 모든 전자 제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요도바시-아키바까지 극과 극이 공존하는 곳.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마니아적 성향의 취미들,
게임, 아니메, 피겨, 프라모델 등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하는 거대시장이 존재함.


거대 마이너 시장 : 사용자는 적지만(그래도 과거보다는 많이 대중화 되었다.) 그 깊이는 너무도 깊다


거대 마이너 시장의 중심 2
과거(십여 년 전) 어둡고, 더럽고, 일부들에게만 안식처(?) 였 던, 폐쇄적이었던 이곳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를 제외하고,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거의 모든 콘솔게임(PC, 온라인 게임과는 성향이 좀 다른…),
모바일 게임의 중심이며, HW,SW 생산력, 퀄리티, 기술로 이 시장의 흐름의 중심에 있다.

동인지의 천국


동인지(同人志)를 아시나요?
아키바를 조금 알기 시작 하면, 동인지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여놓게 된다.
타 세계의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문화, 같이 공감 할 수 있는 사람끼리 같이 모여서 소규모의 그룹단위로
이루어지는 동인지 망가(만화)의 세계의 끝은 없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며, 그 깊이의 끝 또한 무한에 가깝다.


좌: 망가 뿐 아니라,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들도 많이 있다 (아마추어 작품치고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음지에서 양지로…
물론 대부분 국내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절대 수입불가판정을 받을 만한 내용들의 성인 동인지가 대부분이지만,
그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물론, 동인지의 원래 취지에서는
말도 안 되는(동인지는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님) 현상이지만, 돈을 내고서라도 봐야 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


한참을 웃었던 공연…배우들의 열연이 극에 달했다.

초-마이너 문화 흐름의 중심에 서다 1
휴일이면 주오도리를 중심, 골목 골목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나의 미묘한 입장에서는
비록 알아 들을 수 없을 지라도, 분위기에 취해 크게 웃고, 떠들고, 박수치고, 몸을 흔들며, 환호성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눈치? 나이? 그런 것 여기에는 없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몸이 따라가면 된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즐겁게 담소. 우리나래 개그맨 ‘백재현씨’와 닮아 너무도 놀랬다


초-마이너 문화 흐름의 중심에 서다 2
공연(이라고 해봐야, 클럽에 나가는 개그맨들 이거나, 가수들이 대부분 홍보를 위해 나오는 듯 하다.
진짜 소규모…보기에 눈물이 날 정도로 초라하지만…)이 끝나고, 관람했던 사람들과 동화(同化)된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웃기던, 유치하던, 재미없던, 싸구려 같던..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를 느끼면 된다.


다음주 일요일을 한번 더 기대해 볼까?

좌절과 がんばれ(간바레: 힘내라)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연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팀을 만났다.
결국 시간이 넘어 그들은 그냥 짐을 싸고 떠났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었고,
몇 명은 들어 보지도 못한 노래 CD를 기꺼이 구입해주었다. (알게 모르게 조금 유명한 팀일지도 모르지만…)


게임은 그들의 인생, 음악에 맞춰 플레이어 뒤에서 춤(?), 모션(?)을 땀을 흘리며 공연 중…

달인(達人)과 갤러리들의 世界 1
태고(일본의 북)라는 북을 화면에서 움직이는 구슬의 박자에 맞춰 두드리는 ‘태고의 달인’이라는 게임이다.
사진의 플레이어들이 달인들이다. 어떻게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불가사의 한 플레이라고 해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갤러리(주위 관람객을 이렇게 부른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황당한 퍼포먼스도 잊지 않는다.


오타쿠라 불릴만한 자격을 갖춘…무척 카와이(?)한 친구, 게임전의 진지한 모습이 압권


달인(達人)과 갤러리들의 世界 2
사진의 플레이어는 특정 아니메 캐릭터의 오타쿠인 듯하다. 플레이 하기 전에 손수 게임기 앞에 자신의
피겨, 동인지(직접 그린 것 같았음)를 정성스레 펼쳐놓고, 기도(?)하고, 심지어는 무슨 대화를 하는 듯 하다.
마치 삶 자체가 여기에 있는 듯한 묘한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 (과연 이 녀석…밥은 먹고 다니는 걸까?)


이제, 오타쿠의 의미는 보통사람과는 다르지만,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종족(?)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달인(達人)과 갤러리들의 世界 3
그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한 게임은 계속 만들어 질 것이며, 그들을 즐거운 웃음과 찬사로 지켜보는 이들도
계속 생길 것이다. 무엇 보다 그들 자신의 인생에서 필요한 ‘게임’이라는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이렇게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 어울려 웃는 모습이 무엇보다 즐겁다.



좌: 가창력이 정말 대단함 / 중: 모션이 정말 대단함 / 우: 미모가 정말 대단함


관객의 환호성 그래! 너희들을 위한거다!!!

사람의
나는 처음 아키바를 보는 나의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키바는 게임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망가가, 포르노 그라피가, 동인지가, 프라모델이…이런
수많은 하드하고, 마니악 한 취미들의 아키바 라기 보다는 그것을 즐기고, 향유하고, 공유하는 사람의 아키바로 느껴진다.



좌:나와 같은 니콘 D200 사용자 (서로 찍어주기) / 중,우 : 정체 불명의 코스프레(?)

사람에 의한

어쩌면, 수요, 공급 등 딱딱하고 계산적이고 단순한 관계가 아닌, 뭔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끼리
뒤죽박죽 엉켜있지만 역시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식당에서의 밥은 여전히 혼자 외롭게 먹는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일단 밖으로 나오면, 서로 동화되고 웃음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공연 후 자신의 CD를 사준 고객에게 연신 감사의 절을 하는 모습(싱글-2곡, 앨범-8곡 두 장을 구입했음)

사람을 위한
결국 그들의 하나 하나의 모습이 그들을 위하여 아키바를 움직이고, 만든다. 비록, 사람들간의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벽은
어느 정도는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벽을 부술 수는 없어도, 어떻게든 서로를 넘나 드려는 노력이 끊임 없이
이루어 지는 밝은 모습은 언제, 어디서든 아키바 안에서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주오도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많은 사람만큼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곳

아키바는 달린다 1
아키바에는 셀 수 없이 수많은 종족(?)의 사람들이 공존한다. 그냥 모든 것이 반복되는 일상…스쳐 지나가는 동네사람부터
마니아, 오타쿠, 홈리스, 심지어는 정신병자까지 모두 다른 삶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아키바는 세계 어느 곳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듯 하다.



만약 출장자, 여행자의 입장에서라면 절대 못 느꼈을 아키바 사람들의 모습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본을 잘 선택했다

아키바는 달린다 2
모두들 다른 생각과 삶을 사는 개별이지만, 조금이라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 사고를 갖은 사람과 알게 모르게,
미묘하게 조우하는 즐거움, 그런 ‘氣’들을 에너지로 하여 아카바는 달리는 듯하다.
비록 한국인으로 잠시 일본에 살아가는 입장이지만,

뭐 어떤가?

잠시나마 그 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면 다이죠부(だいじょう) 아닌가?

설정

트랙백

댓글